러너스니? 무릎이 아프다면, 무릎을 탓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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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습니다. 한강변뿐만 아니라 동네 하천 주변을 달리는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저는 의정부에 살고 있어 부용천을 주로 달립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으로써 아내와 함께 운동화 끈을 조여 맵니다. 처음 며칠은 좋습니다. 바람도 좋고, 기분도 좋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소리 리듬도 좋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무릎이 보내는 신호가 오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가볍게 욱신거리던 게 점점 선명해집니다.
그때 우리가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무릎 보호대를 찾습니다. 연골에 좋다는 영양제를 검색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예 달리기를 포기합니다. "아, 나는 무릎이 약한가봐"라고 결론 내리면서.
그런데 정말 무릎이 문제일까요?
무릎은 피해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무릎은 잘못이 없습니다.
달리기는 '연속적인 한 발 서기'입니다. 한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충격이 몸으로 올라옵니다. 그 충격을 받아내는 게 무릎이 아니라, 무릎 위와 아래에 있는 근육들입니다.
문제는 그 근육이 제대로 일을 못할 때 시작됩니다.
골반 옆쪽, 엉덩이 근육인 '중둔근'이 약해지면 골반이 좌우로 흔들립니다. 흔들린 골반은 무릎을 안쪽으로 밀어 넣습니다. 허벅지 앞쪽, 대퇴사두근이 약하면 착지 충격이 연골과 인대로 그대로 전달됩니다.
결국 무릎은 받아야 할 충격 그 이상을 떠안게 됩니다.
우리는 증상을 치료하지, 원인을 치료하지 않습니다
이게 비단 무릎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직장에서 번아웃이 오면 "쉬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왜 번아웃이 왔는지는 잘 안 들여다봅니다. 관계가 힘들면 그 사람을 멀리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왜 그 관계가 힘들어졌는지는 잘 안 봅니다.
우리는 증상이 터지는 곳만 봅니다. 정작 문제를 만들어낸 곳은 못 봅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릎이 아프면 무릎을 감쌉니다. 하지만 무릎을 아프게 만든 건, 제 역할을 못한 엉덩이와 허벅지입니다. 그 근육들이 버텨줬다면 무릎은 아무 문제없었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집착하는 '문제의 위치'가 사실은 가장 억울한 자리일 수 있습니다.
진짜 러닝은 엉덩이가 합니다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를 보면 놀랍습니다. 그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도 상체가 거의 흔들리지 않습니다. 골반이 안정적이고, 엉덩이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 안정감이 무릎을 지켜줍니다.
달리기는 발이 하는 게 아닙니다. 엉덩이가 합니다.
중둔근이 골반을 잡아줘야 무릎이 안쪽으로 말리지 않습니다. 달리다가 무릎이 안으로 모이는 느낌이 들면 이미 엉덩이가 지쳐있다는 신호입니다.
대퇴사두근이 착지 충격을 흡수해줘야 연골이 삽니다. 이 근육이 얇아지면 무릎은 쿠션 없는 바닥에 매번 착지하는 셈입니다.
40대 이후부터는 근육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러닝을 즐기고 싶다면 달리기만 해선 부족합니다. 엉덩이와 허벅지를 의도적으로 키우는 근력 운동이 병행돼야 합니다.
저는 어떤가요?
저는 52세입니다. 봄만 되면 달리고 싶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솔직히, 달리기 전에 엉덩이 근육을 제대로 키운 적이 있었나 돌아봅니다.
운동화부터 샀습니다. 코스부터 정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달리기를 받쳐줄 근육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증상이 터지기 전까지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 이게 러닝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서입니다.
아니면 그냥 뛰고 나서 아프면 보호대를 찾고 있는 걸까요?
오늘부터 하나만
거창한 운동 루틴 짤 필요 없습니다.
오늘 딱 하나만 해봅시다
스쿼트 10개. 의자에서 일어서면서 엉덩이에 힘을 꽉 줘보는 겁니다.
그것도 어려우면, 하루에 한 번 엉덩이를 의식적으로 조여보는 것.
그 작은 인식이 달라지면, 달리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엉덩이에서.
